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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리뷰/애니

천원돌파 그렌라간

Sober Mr. L 2020. 11. 10. 23:07

열혈물이라고 들어 보았는가?

다른 말로 무어라 할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잘 지은 용어 같다. 말 그대로 피가 끓는 텐션이 지배적인 작품을 일컫는다. 그리고 21세기 작품 중 열혈물하면 대표격으로 언급 되는 작품이 바로 가이낙스의 2007년 작품인 천원돌파 그렌라간 이다.

가이낙스를 퇴사한 인원들이 만든 트리거라는 회사에서 2014년에 발표한 킬라킬 이라는 작품을 먼저 접했었다. 열혈이라는 말 외에는 형용하기 힘든 작품의 분위기, 뭔가 병맛이고 황당하지만 잘 짜여진 세계관. 고퀄리티의 액션 작화. 그 와중에 또르르 눈물흘리게 하는 감동까지. 킬라킬을 보고 한동안 그 뽕맛에 취해 천원돌파 그렌라간도 언젠가 꼭 보기로 마음 먹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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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돌파 그렌라간 매드무비

그리고 지난 주말 극장판을 제외한 27부작을 모두 정주행했다. 결론적으로 21세기 원조 열혈물답게 재밌었다. 나는 열혈물이 잘 맞는 취향인가보다. [여기서 부터 스포주의] 킬라킬에 비해 처음 몇화는 재미붙이기가 힘들었다. 메인 주인공이라 생각했던 카나미가 죽고 시몬이 메인으로 나서면서 몇가지 반전과 함께 곧 세계관이 확장되고 진정한 열혈물이 되는 느낌이랄까? 사실 이때까진 카나미만 홀로 열혈인 느낌이고, 첫 등장부터 그런 느낌이다보니 인물이 입체적이지 않아서 열혈이라 보다는 카나미 혼자 좀 오버스러운 느낌이었다. 사실 열혈이란 간지를 동반하기 마련인데, 카나미가 나오는 극초반에 등장하는 메카들은 좀 허술해서 더 그렇게 느낀 것 같다. 하지만 이 모든게 진정한 열혈 폭발을 위한 밑밥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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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의 각성 이후부터 작품 끝까지 정말 피가 끓는 느낌으로 쭉 갔던 것 같다. 1쿨이 끝난후 7년후부터 다시 2쿨이 시작하고 작품의 끝에는 20년 후의 모습이 보여진다. 요즘 세월가는게 느껴져서인지 열혈 캐릭터들도 결국 늙고 그 나이에 맞는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뭔가 마음저리고 슬프게 느껴졌다. 

2쿨은 이 세계관에 대한 다소 심오한 내용을 다루는데, 짧게 정리하면 무한히 팽창하는 나선력과 나선족의 발전. 하지만 그 끝엔 우주의 파멸. 이를 막고자 하는 같은 나선족 출신들이 안티 스파이럴 (반나선족)이 되며 찐보스이고 주인공 입장에선 해치워야하는 존재이다. 1부 첫장면으로 전함을 타고 우주를 누비며 전쟁을 지휘하는 시몬이 나온다. 이 장면 역시 주인공이 찐승을 거둔 이후에야 가능한 장면이다. 하지만 시몬은 다른 길을 택한다. 선두자 굴착꾼으로써의 역할을 마치고, 반나선족이 걱정하는 미래가 오지 않도록 자신이 믿는 후배세대에게 미래를 맡긴다. 1화의 시몬이 천공에 반짝이는 모든 것들이 '적'이라고 말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엔딩의 시몬은 천공에 반짝이는 모든 것들이 '별'이라고 말한다. 1화의 모습은 다른 식으로 미래가 흘러가는 평행세계던가 그냥 일어날법한 미래의 모습이었다고 생각하고 넘기면 될 것 같다.

스나이퍼 요코

마지막으로 특이했던 점. 2쿨이 진행되면서 캐릭터의 위상이 바뀌는 점이 특히 재미있었다. 카나미가 아닌 시몬이 주인공이 되고, 메인 히로인인줄 알았던 요코는 조연 수준으로 역할이 밀리고, 메인 보스인줄 알았던 나선왕이 동료가 되고, 하물며 찌질하고 끈질긴 조무래기로 등장하던 비랄은 시몬의 메인파트너이자 추후 나선족의 최고사령관이 된다. 

카미나 입버릇

그리고 작품을 관통하는 멋진 대사.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현실에서는 정말 쓰기 어려운 말이고 보통은 부정적으로 들린다던가 뭔가 다소 혼모노스러움이 느껴지지만 극중에선 그야말로 폭풍같은 자신감과 간지 열혈이 압축된 멋진 대사였다.

본 작품으로 열혈물을 처음 접한 분은, 앞부분은 혹시 좀 별로라도 1쿨은 참고 봐보시길 권한다. 만약 열혈물을 본 적이 있으시다면 본 작품은 킬라킬과 더불어 인생작 중에 하나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조만간 트리거에서 최근에 나온 프로메어라는 열혈 작품도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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