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후기] 뮤지컬 웃는남자 (20200222)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층 중앙블록 14열에서 보았다. 10열 쯤이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물론 오페라 글라스쓰면 괜찮은 위치였다. 우한폐렴 바이러스 때문에 대부분 관객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좋은 좌석 중에 빈 좌석도 꽤 있었다. 특히 내 좌우로 자리가 비어서 굉장히 쾌적하게 관람을 했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위고의 웃는 남자라는 작품을 원작으로 각색하여 만든 국내 창작 뮤지컬이라고 한다. 특히 빅토르위고가 자기의 작품중 최고라고 뽑은 작품이라고 한다. 유명 작품 중엔 노트르 담 드 파리, 레 미제라블, 웃는 남자 등이 있는데 모두 뮤지컬로 제작되었다. 내 경우 문학 작품을 거의 읽은 경험이 없다보니 이 세 작품 모두 뮤지컬로만 관람한 셈이다. 이 세 작품만 놓고 봐도 작가 특유의 스타일이 느껴진다. 공통 된 주제와 소재가 이루어지기 힘든 신분 차이와 사랑, 그로 인한 비극, 이를 통해 비꼬고 묘사하는 당시 유럽의 상황 인 것 같다. 그렇다보니 결말이 마치 우리나라 드라마 처럼 무조건 해피해피 하지는 않다. 주인공들은 죽는다.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헛된 희망을 독자나 관객들로 하여금 주지 않는다. 불쌍하고 희생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당대 현실에 대해 냉소짓고 분노하게 만든다.

극은 DC 코믹 빌런 조커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 납치되고 만들어진 기형아 웃는남자 그윈플레인에 대해 다룬다. 당대 귀족들의 괴물 수집에 대한 수요를 맞추고자 아이들을 납치하고 신체 변형시켜 팔던 범죄 조직의 희생양이다. 데아라는 주은 장님 아기와 함께 우르수스에게 거두어져 광대로 살아간다. 특히 데아와는 남매 처럼 자랐지만 사랑하는 운명 공동체이다. 둘은 가난하지만 순수하게 자랐는데, 극의 몇가지 사건에 의해 그윈플레인은 국가 서열2위의 공작 후계자인데 어린 시절 이를 시기한 귀족에게 납치되어 팔려간 것이 밝혀진다. 그윈플레인은 우르수스에게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 위에 세워진 것”이란 것을 배우며 자랐고 방탕한 귀족들에게 환멸을 느끼며 자신이 얻은 권력을 이용해 현실을 바꿔보려하지만 단지 그들에겐 굴러들어온 ‘괴물’일 뿐이다. 서열1위 여왕을 포함한 다른 귀족들에게 무시만 당한채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만 극 중 심장이 약한 아이로 묘사되는 데아는 그윈플레인이 떠났다는 충격에 죽고 만다. 그리고 그윈플레인 역시 바다에 빠져 자살한다. 우르수스는 그것을 말리지 못한다. 아마 그윈플레인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우르수스 역에 양준모 배우님, 조시아나 공작 부인의 신영숙 배우님 때문에 이 캐스팅을 선택했다. 그윈플레인 역에 4명의 배우가 캐스팅 되었고 박강현 배우빼고는 모두 가수들이다. 박강현 배우에 대해 사전 조사 해 본 바, 라이징 스타이고 팬텀싱어를 통해 유명해 졌는데, 거의 홍광호 배우 급으로 기대되는 배우라고 한다. 우선 박강현 배우는 듣던대로 정말 깔끔하게 연기하고 깔끔하게 노래하고 뮤지컬 배우의 정석을 보여주는 배우였다. 많은 사람들의 평이 맞는 것 같다. 단 한번도 뮤지컬을 본 적이 없는 박효신 배우가 초연을 했었고 커튼콜 영상이 유튜브에 많다. 정말 가창력이 이세상 수준이 아니다 보니 해당 노래만 들으면 박강현 배우가 좀 아쉽게 들리는데, 뮤지컬이 넘버만 중요한게 아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박강현 배우 이상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윈플레인의 제일 기억에 남고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역시 이 극의 주제가 등장한다고 볼 수 있는 법정씬이다. 웃는 남자의 입처럼 생긴 법정에서 그들의 행태에 분노하고 좌절하여 떠나길 결심하는 장면. 그 눈을 떠라는 넘버 이후 여왕의 반응을 통해 이 극이 말하고자 하는것이 극명히 드러난다.

신영숙 배우가 맡은 조시아나 공장 부인과 데이빗이라는 역의 경우 끝에가서 다소 허무하다. 하지만 위고의 다른 작품도 생각해보면 워낙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각각 의미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너무 개연성만 따지지 않고 보는게 나을 것 같다고 여겼다. 데이빗을 통해서 귀족들은 가난한 자들의 위에 서지만 그 안에서도 사실상 계급이 나뉘며 아래 속한 자는 온갖 더러운 짓을 하고 위로 올라가기 위해 발버둥 쳐보지만 그것이 좌절됨을 보여주며 귀족들에 대한 환멸과 조소를 보내는 것 같았다. 조시아 공작 부인을 통해선 그런 귀족 사회에 애매한 답답함을 느낀 내부자가 일탈을 꿈꾸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윈플레인을 통해 애매한 답답함이 명확한 옳고 그름에 대한 깨달음, 귀족 사회에 대한 환멸로 승화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신영숙 배우가 맡은 다른 극의 배역에 비해 메인은 아니었지만 부르는 넘버마다 사람들이 소름 돋아 하는 모습을 역시 볼 수 있었다. 얼마 전 레베카도 봤지만, 동시에 3극에 출연하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는게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조금이라도 아쉬운 면이 보인다면 그러게 무리하니까 그렇지라는 핀잔이라도 들을텐데, 누구도 부인 할 수 없는 완벽함 때문에 나쁜 소리가 나올 리가 없다. 물론 배우의 그런 능력을 아니까 제작사가 중복 출연에도 캐스팅 하는 것이 아닐까.

특히 양준모 배우때문에 다시 한번 감명받고 많은 눈물을 흘렸다. 성악을 전공한 배우 중에 제일 성악 티 안나게 뮤지컬 스럽게 노래 할 수 있고 제일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아닐까 싶다. 뮤지컬 극 중 중년을 연기 할 수 있는 배우 중엔 최고인 것 같다. 이미지가 정성화 배우랑 굉장히 겹쳐서 실제로 함께 같은 배역에 캐스팅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장발장, 안중근, 우르수스 등. 본 극에서 우르수스는 곰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원작에서 우르수스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본 극에서 우르수스는 쉽게 말해 츤데레다. 자기의 가족에게 거칠고 세상을 향한 분노로 냉철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아버지다. 한편 귀족이 아닌 자는 인간만한 대접도 못받는 세상에 대해 분노만 할 뿐 저항하는 모습은 보이지 못하는 평범하고 불쌍한 인간 군상을 대변하는 것 같다. 귀족이 된 그윈플레인의 집사역을 하는 병마개 제거사의 거짓말에도 그윈플레인의 죽음을 의심 해볼 생각 조차 못하고 쉽게 당하는 그 시대 하층민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구보다 자식의 슬픔으로 슬펐을텐데, 그윈플레인이 살아 돌아옴도 잠시 데아의 죽음과 그에 이은 그윈플레인의 자살은 의미를 주자면 순수함으로 회귀지만, 그를 이해하고 말릴 수 없는 우르수스의 마음은 어떠할지 상상의 문턱에서 눈물이 먼저 터져 나온다. 물론 이런 몰입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양준모 배우의 연기 때문일 것이다.

전반적으로 만족한 극이었다. 레 미제라블과 비슷한 느낌을 받지만 레 미제라블의 웅장함이 대신 좀 더 한 불쌍한 인물에 대해 공감하고 분노하고 슬퍼할 기회가 있다고 할까. 좀 더 순수한 사랑과 부조리한 현실이 대비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아직 처음 오른지 얼마 되지 않은 창작극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충분히 아쉬운 면도 개선되고 더 좋은 극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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