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후기] 뮤지컬 드라큘라 (20200220)

조정은 배우님 출연작 드라큘라를 보게 되었다. 김준수(시아준수) 배우의 공연도 한번 꼭 보고 싶었는데 워낙 팬이 많다보니 티켓 파워가 장난아니어서 기회가 없다가, 이번 기회에 볼 수 있었다. 샤롯데 씨어터 1층 A구역 10열 쯤이었고 사각지대나 불편함 없이 오페라글라스로 관람하기 딱 좋았다. 오페라 글라스 이용 시 배우의 분장 상태, 땀까지 확인 가능한 수준이었다.

우선 극 내용에는 실망이 많았다. 드라큘라야 워낙 재창작물이 많다보니 어떤 걸 원작으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렸을 적 한두번은 보았을법한 내용이다. 문제는 뮤지컬로 각색되면서 씬의 전환이 좀 어색했다. 설명충적인 장면도 있고, 캐릭터 성격이 입체적이긴 한데 다소 개연성 없이 바뀐다거나.. 다소 유치하지만 드라큘라는 괴물이기 때문에 전투씬도 등장하는데 갑자기 능력이 디버프를 받는다거나. 특히 너무 들러리 같은 배역이 많았고, 제일 문제는 앙상블을 활용하는 씬이 너무 적고 말로 풀어내는 씬이 많다보니 이게 대극장 뮤지컬일 필요가 있나 싶었다. 넘버는 좋은 것들이 한 두개 있었다. 미나의 테마곡과 전투씬에 나오는 곡 정도.

그럼에도 극 자체는 할때마다 모두 흥한거 같은데, 이유는 명백하다. 배우들이 뮤지컬계 탑급 배우들이다. 김준수배우는 물론이고 초연 재연에 양준모, 손준호, 류정한, 정선아, 조정은 배우 등이 출연했다. 그 중 김준수 배우에 대해 얘기하자면, 나는 한번도 아이돌 가수에 관심을 가져 본 적은 없지만, 워낙 유명한 2세대 아이돌이고 뮤지컬계로 넘어온지 10년이 됐는데 그간 평이 좋아서 한번 꼭 보고 싶었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그간 출연한 배역의 넘버들은 많이 보았지만 연기를 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우선 워낙 보이스가 특이하고 매력적인 것 같다. 다만 그러다보니 어울리는 배역이 한정적이긴 한데 여태 출연한 역할을 보면 데스노트의 L, 엘리자벳 토드, 모짜르트 등 굉장히 어울리는 역할을 잘 찾은 것 같다. 드라큘라 연기의 경우 톤이 뭔가 정말 재수없는 4차원 귀족의 느낌을 살렸다고 해야하나, 약간 어색하게 들리면서도 특유의 캐릭터가 있는 것 같아서 나쁘지 않았다. 이 배우의 장점은 연기보다 역시 노래 인 것 같다. 호불호가 갈릴 순 있지만 분명 일반적인 뮤지컬 창법은 아닌데, 마치 락커가 샤우팅하는 듯한 목소리로 연기하는 것이 굉장히 멋있다. 절규하며 노래, 연기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실제로 절규하는 씬에서는 큰 감명을 받았다. 아무나 소화 할 수 없는 밝은 빨강 머리도 굉장히 어울리고, 비쥬얼이 훌륭해서 그 자체로도 배우의 매력이 있다. 다만 위에 언급한 창법 때문에 딕션과 전달이 중요한 극의 특성상 내용 전달이 좀 어려운 경우가 있긴 했다. 이런건 배우들이 경험이 쌓이며 많이 개선되는 부분으로 알고 있다. 이 배우가 나이가 들었을 때도 뮤지컬을 계속 한다면 어떤 배역을 맡을지 궁금해진다.

난 어떤 컨텐츠를 보던 개연성이 제일 눈에 들어오는 편이라 극 자체는 다소 아쉽다고 평했지만, 확실한건 관객 호응은 태어나서 본 극 중에 최고였다. 물론 김준수배우 때문임이 명백하다. 넘버가 끝날때마다 폭발적인 박수가 터졌으며, 김준수 팬들의 연령층이 철 없는 나이는 지나서인지 그렇다고 극 몰입이 방해되게 아무 넘버에서나 환호가 터진 것도 아니다. 관객 호응은 극에 있어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우들 역시 이런 반응을 보며 그 날의 분위기가 느낄 수 있고 극을 진행함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커튼콜때 거의 콘서트장 이상의 환호와 함성이 터지자 배우들이 신난 모습이 눈에 훤히 보였다. 물론 김준수 배우 등장 시 그 환호는 극에 달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조정은 배우가 입을 떡 벌리고 놀라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드라큘라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 공연하고 있는 극이 두개가 있다. 본 극은 브로드웨이 판이라하고, 이외에 최근 엄기준 배우가 출연한 체코판 드라큘라가 있다. 체코판 뮤지컬 중 우리나라에서 웰리메이드 된 작품들이 워낙 많아서, 기회가 된다면 체코판도 한번 보아야겠다.

브로드웨이 판에 대해 총평을 하자면, 무대 효과는 화려한데 앙상블이 화려하지 않고 배우는 충분한데 개연성이 충분하지 못한 극.

You may also like...